한국반려동물이동장례협회Korea Mobile Pet Funeral Association

반려동물 사후 처리 문제를 지자체에 제기하면 돌아오는 답은 대체로 비슷하다. “예산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예산이 정말 없는 걸까. 양천구를 예로 들어보자.

이미 쓰고 있는 돈, 연간 9천만 원

양천구는 매년 유기동물 보호와 도로 위 사체 처리에 예산을 쓴다. 항목별로 나누면 이렇다.

관내에서 구조되는 유기동물은 연간 250마리 안팎이다. 동물보호법상 최소 10일간 보호소에서 관리해야 하고, 구조·포획비와 사료비, 관리비를 합쳐 마리당 15만 원 수준이 든다. 여기에 3,750만 원이 나간다.

보호 기간이 끝난 뒤에도 입양되지 못한 동물은 처리해야 한다. 의료폐기물 소각이나 민간 장묘 위탁에 마리당 16만 원가량이 들어 2,000만 원이 추가된다.

도로에서 발생하는 로드킬 사체 수거도 별도 예산이다. 민간 업체 위탁으로 연간 3,000만~3,500만 원 수준이다.

세 항목을 합치면 연간 약 9,000만 원이다. 이 돈은 이미 나가고 있다. 다만 서로 다른 부서, 다른 계정으로 흩어져 있을 뿐이다.

정작 주민 수요는 계산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이 예산이 유기동물과 로드킬에만 쓰인다는 점이다. 집에서 반려동물이 죽은 주민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양천구 인구는 약 44만 명이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 기준 인구 대비 반려동물 비율 15%를 적용하면 관내 반려동물은 최소 6만 6천 마리다. 평균 수명 10년을 기준으로 연간 사망률 10%를 대입하면 연간 6,600마리, 하루 평균 18마리가 세상을 떠난다.

이 6,600마리의 처리는 전적으로 개인 부담이다. 등록률을 60%로 잡아 합법적으로 사설 화장을 하는 경우가 3,960마리, 마리당 25만 원이면 9억 9천만 원이 주민 주머니에서 나간다. 나머지 2,640마리 중 상당수가 종량제 봉투나 불법 매립으로 처리되고, 그 뒤처리는 다시 지자체 몫이다.

“새 예산이 아니라 셈법을 바꾸자”

지난 7월 창립한 한국반려동물이동장례협회가 제안하는 방식은 단순하다. 흩어진 예산을 하나로 묶자는 것이다.

이동식 화장차는 유기동물을 보호소에 열흘간 두었다가 다시 처리 업체로 넘기는 단계를 생략한다. 현장에서 바로 처리하면 보호 기간에 드는 마리당 15만 원이 발생하지 않는다. 로드킬 수거도 같은 차량으로 통합할 수 있다.

차량과 설비는 지자체가 공유재산으로 등록하고, 운영은 공개 공모와 경쟁 입찰로 선정한 민간 사업자에게 맡긴다. 계약은 기본 5년에 실적 평가를 거쳐 1년 단위로 갱신한다. 선정된 사업자가 지역 소상공인이면 일자리도 지역에 남는다.

주민이 이용할 때는 실비 수준의 요금을 받되, 독거노인과 기초생활수급자는 무료 또는 감면한다. 비용 때문에 불법 투기로 내몰리던 사각지대를 메우자는 취지다.

이미 열린 길

법적 근거는 갖춰졌다. 지난 2026년 6월 농림축산식품부령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이동형 장묘 차량이 동물장묘업 시설기준에 정식 편입됐다. 그 전에도 서울 마포구가 ‘찾아가는 펫천사’를 운영했고, 경기 안산시는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로 차량을 실증했다.

협회는 양천구에서 주민 300명의 서명을 받아 청원을 준비 중이며, 서초구와 강서구, 경기 남양주시, 대구광역시 9개 구·군에서도 서명을 받고 있다. 양천구에서는 9월 중순 구의원과 함께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엄재용 협회 대표는 “새로운 돈을 달라는 게 아니다”라며 “이미 쓰고 있는 예산을 어떻게 쓸지만 바꾸면 주민 부담도 줄고 지자체 부담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문의 · 한국반려동물이동장례협회 사무국장 최석윤 · fixemhot@gmail.com

언론 보도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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